위워크(WeWork), 유니콘의 몰락: 스타트업 신화는 왜 무너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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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워크, 유니콘의 몰락: 스타트업 신화는 왜 무너졌는가

— 열정, 허세, 탐욕의 파노라마

프롤로그: ‘사무실’의 개념을 바꾼 남자

2010년대, 뉴욕 맨해튼에 새로운 유행이 피어났다. 세련된 인테리어, 공용 커피머신, 창문 너머로 내려다보이는 도심의 풍경. 이 공간에선 스타트업 창업자부터 프리랜서 디자이너까지 모두가 노트북 하나로 꿈을 꿨다. 그곳이 바로 **위워크(WeWork)**였다.

하지만 이 꿈의 사무실은 몇 년 뒤, 가장 유명한 파산 기업 중 하나로 전락한다. 한때 47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자랑하던 위워크는, 왜 몰락했을까? 그리고 우리는 그 몰락에서 무엇을 배워야 할까?


1. 뉴욕 브루클린, 공유경제의 씨앗이 자라던 곳

아담 뉴먼이라는 이름

이스라엘 출신의 해군 장교, 모델, 창업가. **아담 뉴먼(Adam Neumann)**의 이력은 비범했다. 그는 늘 ‘더 크고 거대한 무언가’를 꿈꿨다. “우리는 단순히 공간을 임대하는 게 아니다.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꾸는 중이다”라고 말하며, 사람들을 열광시켰다.

그와 함께 창업한 동료는 미겔 맥켈비(Miguel McKelvey), 건축을 전공한 디자이너이자 조용한 실무형 파트너였다. 둘은 “Green Desk”라는 친환경 공유 오피스 실험에서 가능성을 발견했고, 이내 위워크를 세상에 내놓는다.


2. '우리는 함께 일하고, 함께 살아간다'

단순한 임대업이 아니다, 라이프스타일을 판다

위워크의 공간은 단지 사무실이 아니었다. 그것은 하나의 철학이자, 문화였다. 커뮤니티 이벤트, 무료 맥주, 벤처 정신이 흐르는 로비의 음악. 사람들은 이곳에서 단순히 일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경험을 했다.

이런 감성 마케팅은 대박을 쳤다. 뉴욕에서 시작된 위워크는 샌프란시스코, 런던, 서울, 도쿄로 확장된다. 몇 달 만에 수천 개의 기업이 고객이 되었고, 위워크는 ‘공유경제의 다음 단계’라는 극찬을 받는다.


3. 유니콘의 질주, 그리고 돈의 향기

손정의의 100억 달러, 그리고 스타트업계의 아이콘

2017년, 위워크는 일본의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무려 1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다. 손정의는 아담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단 12분 만에 투자를 결심했다고 한다. “당신은 생각이 크군요. 더 크게 생각해보세요.”

이후 위워크는 단순한 공유 오피스를 넘어, 생활 전체를 아우르는 “We” 제국을 꿈꾼다.

  • WeLive: 공동 주거 서비스
  • WeGrow: 유아 교육기관
  • WeBank, WeHealth, WeWhatever

상상 가능한 모든 영역에 ‘We’를 붙여 확장을 시도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모든 비즈니스가 수익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4. IPO, 그리고 드러난 추악한 진실들

위워크의 민낯을 공개한 순간

2019년, 위워크는 마침내 IPO(기업공개)를 신청하며 S-1 문서를 공개했다. 그런데 투자자들은 그 내용을 보고 경악한다.

  • 2018년 한 해에만 19억 달러 적자
  • 아담 뉴먼 개인 소유 부동산을 위워크에 임대
  • ‘We’라는 단어를 상표 등록하고, 위워크로부터 로열티 수취
  • 회삿돈으로 아담의 가족 비행기, 와인, 파티 비용 지출
  • 이사회 구성까지 뉴먼 중심의 사유화된 구조

더 이상은 안 된다고 느낀 투자자들은 단호했다.
IPO는 취소되고, 아담 뉴먼은 CEO에서 해임된다. 그러나 퇴출 당시, 그는 무려 17억 달러의 퇴직 보상을 받고 회사를 떠난다.

"최악의 창업자 퇴직 보상 패키지" – 뉴욕타임즈


5. 팬데믹이라는 결정타

고정비 vs 유동 수요, 무너지는 비즈니스 모델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터지며 전 세계가 원격 근무 체제로 전환되자, 위워크의 모델은 결정적인 타격을 입는다.

  • 고정된 장기 건물 임대 계약
  • 이용자가 급감한 단기 멤버십
  •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공간 폐쇄

수많은 지점이 문을 닫고, 직원 수천 명이 해고되며, 위워크는 점점 생명력을 잃어갔다.


6. 챕터 11, 역사 속으로

유니콘의 마지막 날

2023년 11월, 위워크는 **미국 파산법 11조(챕터 11)**를 신청한다. 공식적인 파산 보호 절차다. 파산 당시 회사의 시가총액은 몇 천만 달러 수준으로, 정점 대비 99.7% 감소한 수치였다.

한때 ‘가장 혁신적인 기업’이라 불렸던 위워크는, 이제 **“가장 터무니없는 유니콘”**이라는 조롱을 듣게 되었다.


에필로그: 그 후의 이야기들

아담 뉴먼의 회귀? 그리고 "Flow"

2024년, 아담 뉴먼은 또 다른 부동산 스타트업 **“Flow”**를 들고 돌아온다. 다시 한 번 “삶을 혁신하겠다”고 말한다. 투자자들의 반응은 조심스럽지만, 여전히 그에게 돈을 주는 이들이 있다.

한편 위워크는 일부 지점을 유지한 채 기업용 부동산 솔루션 업체로 축소되었고, 옛 명성은 더 이상 없다.


우리가 위워크에서 배운 것

  1. 밸류에이션은 허상이 될 수 있다
    – 수익 없는 확장은 지속될 수 없다.
  2. 창업자의 비전이 통제를 벗어나면, 기업은 위험해진다
    – 비전과 망상은 종이 한 장 차이다.
  3. 모든 스타트업이 테크 기업은 아니다
    – 위워크는 결국 부동산 회사였다.
  4. 사람은 바뀌지 않지만, 시장은 바뀐다
    – 2010년대의 환상은, 2020년대의 현실에 무너진다.

마치며

위워크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하나의 시대를 정의한다. 그것은 공유경제의 황금기, 유니콘 시대의 열광, 그리고 허상 위에 세운 제국의 붕괴를 보여주는 거대한 연극이었다.

누군가의 입장에선 비극이고, 누군가에겐 교훈이며, 누군가에겐 여전히 ‘재도전’의 불씨일지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건 하나.
위워크는, 절대로 잊히지 않을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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