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탄생, 서기력의 탄생 배경과 동아시아의 그 시기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연도 표기, 예를 들어 2026년이라는 숫자는 너무나 당연해 보이지만, 사실 이 기준이 만들어진 데에는 흥미로운 역사적 배경이 숨어 있다.
이번 글에서는 서기 1년이 정해진 이유, 예수의 탄생과의 관계, 왜 서기력이 세계 표준이 되었는지, 그리고 서기 1년 무렵 한국·중국·일본은 어떤 시대였는지를 차근차근 살펴보려 한다.
1. 서기(AD, CE)는 누가, 왜 만들었을까?
서기력의 탄생
서기(AD, Anno Domini, ‘주님의 해’)는 **6세기 로마의 수도사 디오니시우스 엑시구스(Dionysius Exiguus)**가 만들었다.
당시 유럽에서는:
- 로마 황제 즉위 연도
-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 치세 연도
등을 기준으로 연도를 계산하고 있었는데, 디오니시우스는 기독교 박해를 했던 황제의 이름을 연도 기준으로 쓰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예수 그리스도가 태어난 해를 기준으로 새로운 연도 체계를 만들자”**고 제안했고, 이것이 서기력의 출발점이 된다.
2. 서기 1년 = 예수 탄생의 해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정확하지 않다
디오니시우스는 예수의 탄생을 서기 1년으로 계산했지만,
현대 역사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예수는 실제로 기원전 4년~6년 사이에 태어났을 가능성이 높다.
그 이유는:
- 예수 탄생 당시 살아 있던 헤롯 대왕이 기원전 4년에 사망
- 로마의 인구조사 기록과 복음서 기록 간의 시차
즉, **서기 1년은 ‘예수 탄생을 기념하기 위한 상징적 기준’**이지, 정확한 생년은 아니다.
재미있는 사실:
서기에는 0년이 존재하지 않는다.
기원전 1년 다음이 바로 서기 1년이다.
3. 그런데 왜 서기력이 전 세계 표준이 되었을까?
1️⃣ 기독교의 확산
중세 유럽에서 기독교는 정치·문화·학문의 중심이었다.
교회 문서, 연대기, 왕의 치세 기록 모두 서기력을 사용했다.
2️⃣ 유럽 중심의 세계 질서
- 대항해 시대
- 식민지 확장
- 국제 무역과 외교
이 과정에서 유럽의 시간 체계가 세계로 퍼지게 되었고,
서기력은 점점 국제 표준이 되었다.
3️⃣ 현대적 명칭: CE / BCE
종교색을 줄이기 위해 오늘날에는:
- AD → CE (Common Era)
- BC → BCE (Before Common Era)
라는 표현도 널리 사용된다.
하지만 기준 자체는 여전히 서기 1년이다.
4. 서기 1년 무렵, 한국·중국·일본은 어떤 시대였을까?
🇰🇷 한반도: 삼한 시대
서기 1년 전후 한반도는 아직 삼국시대가 아니었다.
- 마한·진한·변한의 삼한 사회
- 철기 문화 확산
- 소국 연맹체 형태
이후:
- 고구려: 기원전 37년 건국
- 백제: 기원전 18년
- 신라: 기원전 57년
즉, 이미 국가들은 존재했지만,
아직 본격적인 삼국 경쟁 체제는 아니었다.
🇨🇳 중국: 전한(前漢) 말기
서기 1년은 중국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시기다.
- 한나라 유방이 세운 전한 말기
- 황제: 한 애제
- 사회 혼란과 권력 약화
곧 이어:
- 왕망의 신(新)나라 건국 (서기 9년)
- 이후 후한 시대로 이어짐
👉 예수가 태어났다고 여겨지는 시기,
중국은 이미 거대한 중앙집권 제국이었다.
🇯🇵 일본: 야요이 시대
서기 1년 무렵 일본은 아직 국가 단계 이전이었다.
- 야요이 시대
- 벼농사 전파
- 청동기·철기 사용 시작
- 부족 단위 사회
일본이 국가 형태를 갖추는 것은:
- 야마토 정권 (3~4세기 이후)
즉, 이 시기의 일본은 문명 형성 단계에 가까웠다.
5. 같은 시간, 전혀 다른 역사
서기 1년이라는 하나의 기준 아래에서도:
- 중동: 예수 탄생을 둘러싼 종교적 전환기
- 중국: 거대한 제국의 말기
- 한반도: 고대 국가 형성의 준비 단계
- 일본: 농경 사회로의 전환기
👉 연도는 같아도, 역사는 전혀 다르게 흐르고 있었다.
마무리하며
서기 1년은:
- 신이 정한 절대적 기준도 아니고
- 정확한 예수 탄생 연도도 아니며
- 인류 공통의 시간 개념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종교·제국·국제 질서가 겹치며 선택된 하나의 ‘합의된 기준’**이
오늘날 우리가 쓰는 연도가 되었다.
다음에 “서기 2026년”이라는 숫자를 볼 때,
그 안에 담긴 이 긴 역사도 한 번쯤 떠올려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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